비어가는 들녘이 보이는
가을 언덕에 홀로 앉아
빈 몸에 맑은 볕을 받는다 
 
이 몸 안에
무엇이 익어 가느라
이리 아픈가 
 
이 몸 안에
무엇이 비워 가느라
이리 쓸쓸한가 
 
이 몸 안에
무엇이 태어나느라
이리 몸부림인가 




 
가을 나무들은 제 몸을 열어
지상의 식구들에게 열매를 떨구고
억새 바람은 가자 가자
여윈 어깨를 떠미는데 
 
가을이 물들어서
빛바래 가는 이 몸에
무슨 빛 하나 깨어나느라


이리 아픈가
이리 슬픈가 


- 박노해 -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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