어머니
-서정주(未堂, 1915-2000)
"애기야……"
해 넘어가, 길 잃은 애기를
어머니가 부르시면
머언 밤 수풀은 허리 굽혀서
앞으로 다가오며
그 가슴 속 켜지는 불로
애기의 발부리를 지키고
어머니가 두 팔을 벌려
돌아온 애기를 껴안으시면
꽃 뒤에 꽃들
별 뒤에 별들
번개 뒤에 번개들
바다에 밀물 다가오듯
그 품으로 모조리 밀려들어오고
애기야
네가 까뮈의 이방인의 뫼르쏘오같이
어머니의 임종을 내버려두고
벼락 속에 들어앉아 꿈을 꿀 때에도
네 꿈의 마지막 한 겹 홑이불은
영원과, 그리고는 어머니뿐이다
2012년 2월 29일
귀한님 뫼시옵고 꼭두세벽에 달려간
수원시연화장
접수실옆 기둥에 걸려있던 서정주님의 시 한편이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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