잎새 다 떨구고
앙상해진 저 나무를 보고
누가 헛살았다 말하는가.

열매 다 빼앗기고
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
누가 잘못 살았다 하는가.

저 헐벗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
숲을 이루어내지 않았는가.
하찮은 언덕도 산맥의 큰 줄기도
그들이 젊은 날 다 바쳐 지켜오지 않았는가.

빈 가지에
새 없는 둥지 하나 매달고 있어도
끝났다 끝났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.
실패했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.

이웃 산들이 하나씩
허물어지는 걸 보면서도
지킬 자리가 더 많다고 믿으며
물러서지 않고 버텨온 청춘
아프고 눈물나게 지켜낸
한 시대를 빼놓고..


- 도종환 -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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